2018/05/17 19:28

좋은 습관 하나, skype 영어 회화 생각하고

아. 또 과외 짤린 이야기로 시작을 해야겠다. 이것 참.

 

내가 가르쳤던 아이는 초딩 5학년. 처음 아이의 실력을 전해들었을 땐, 고등학교 문제집도 풀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아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막상 가르쳐보니, 단어 몇 개로 내용을 유추해서 답지 중에 가장 적당해 보이는 보기를 고르고, 운 좋게도 그게 맞는 정도였다.

 

그것도 실력이라면 실력이겠지만, 글쎄, 그러기엔 너무 상대적으로 쉬운 단어도 잘 몰랐다. 이를 테면 east, west, north, south, eleven, twelve 같은 기초 단어에서 헤멨다.

 

 

아무튼 그래도 나름 영어 발음은 좋아서 언뜻 들어도 "오, 영어 좀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발음이 좋은 건 물론 플러스지만, 이 역시도 초보자에게 괜한 헛바람을 불어넣어서 '발음이 좋으니까 나는 영어를 잘한다'로 자만심을 갖게 될 위험이 있는 부분이었다.

 

"내가 영어 좀 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부에 대한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자기 만족감은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름 엄격한 내 눈에도 그 아이에게서 한 가지 배울만한 점이 있었는데, 그건 매일 아침 skype로 영어 회화를 40분간 하는 습관이었다.

 

초딩 등교 시간이 8시 20분쯤임을 감안하면 적어도 매일 7시에는 일어난다는 얘긴데.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니 무려 6시 40분에 일어나고, 또 벌써 그렇게 된 지도 1년이 넘었단다.

 

이건 인정하는 부분. 올. 우리가 매일 영어를 책으로 공부할 수는 있어도, 사실 상대가 없다면 10분도 입 밖으로 영어를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런 좋은 점은 본받아야겠다 싶어서, 나도 얼마 후 skype 영어 회화를 신청했다.

 

 

강사는 필리핀 사람인데, 인토네이션이나 발음은 가끔 구린 게 사실이다. 그래도 그건 내가 따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 크게 태클을 걸고 싶진 않다.

 

이 시간에는 문장 구조를 만들어서 입 밖으로 내뱉는 연습을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럼 얼마나 내가 쓰는 문법 구조가 한정되어 있는 지 알 수 있다. 단어도 마찬가지. 

 

또 수업 녹음 파일을 다시 들어보면서 내가 이때 무슨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리고 못했는 지, 내 발음이 어떤 지, 내 말하기 습관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맞장구를 칠 때 "right"만 너무 많이 쓰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너무 기본적이라 이미 다 마스터했다고 믿었던 L과 R 발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또 한번은 요가 이야기를 하다가 deteriorate라는 단어가 무의식 중에 나왔는데, 이게 '악화시키다' 라는 타동사라로만 생각했는데, '악화되다'라는 자동사로 더 많이 쓰이는 걸 처음 알게 됐다.

 

skype 영어회화의 핵심은 필리핀 강사인지 원어민 강사인지가 아니고, 내가 얼마나 일찍 일어나느냐 혹은 몇분짜리 수업을 하느냐도 아니다.

 

중요한 건 수업 파일을 다시 듣고 철저하게 내 말하기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냥 '영어로 매일 전화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자기 만족감에 빠지고 만다. 아까 말했던 '좋은 발음'이 갖는 자만감만큼이나 위험한 착각이다.

 

 


암튼, 요즘 나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중이다. 꼭꼭 씹고 복습해서 습관이 무섭다는 걸 몸소 체험해봐야지.


승기기 송아지


과외는 그만 뒀지만, 이 정도 습관이 하나 생긴다면 남는 장사라고 볼 수 있겠다. (계속 이 얘길 하는 걸 보니 오늘 통보 받아서 아직 충격이 남아있는 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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